기후위기는 전지구적 문제입니다. 단일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죠. 그래서 전 세계는 매년 한 곳에 모여 기후위기에 대한 각국의 대응과 전지구적 협력에 대해 논의합니다. 논의의 장은 1995년 베를린에서 처음 시작되어 올해 26번째 차례를 맞이했는데요. 기후위기에 직면한 당사국들이 모여 함께한 26번째 총회라는 의미에서 COP26(Conference of Parties 26;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이라고 부릅니다.
COP26은 11월 13일을 끝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기후위기가 현실로 다가온 이 시점에서,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COP26을 하나씩 뜯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석탄: Out vs Down
이번 COP은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13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약 2주간 진행되었습니다. 원래 예정된 폐막일이었던 12일까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폐막이 하루 뒤로 미뤄진 것인데요. 그 중심에는 ‘석탄’이 있었습니다.
올해 의장국을 맡은 영국은 2015년 합의된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석탄의 단계적 퇴출(phase out)’이라는 문구가 포함된 성명서 초안을 내놓았습니다. 지구온난화를 섭씨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현재 수준 대비 약 45% 감축해야 하는데, 석탄은 그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너무 많이 배출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해당 문구는 사우디 아라비아 등 탄소 다배출 국가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고, 볼리비아 등 개발 도상 국가들에게도 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특히, 볼리비아 대표단의 수장인 디에고 파체코는 선진국들이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자신들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그 책임을 개발 도상 국가들에게 이전하려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선진국 중심의 녹색 자본주의 시스템을 개발 도상 국가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새로운 세계 재식민화(re-colonization) 과정이라고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인도 역시 개발 도상 국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며 볼리비아의 의견에 힘을 실었습니다. 인도의 환경부 장관인 부펜데르 야다브는 기후위기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거의 없는 국가들은 화석연료를 책임 있게 사용할 자격이 있다는 내용의 ‘부자 국가 책임론’을 거듭 거론했는데요. 기후위기 취약국에 대한 선진국의 책임을 강조하며, ‘단계적 퇴출(phase out)’ 대신 ‘단계적 감축(phase down)’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결국 국제사회는 ‘단계적 감축(phase down)’ 지점에서 합의를 도출했습니다. ‘석탄 퇴출’을 성명서로 명문화하지는 못했지만, 역대 COP 중 최초로 석탄을 기후위기 최대 주범으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후 기금: 선진국 vs 개도국
‘석탄 퇴출’에 대한 개발 도상 국가들의 거센 반대를 깊숙이 들여다보면 선진국과 개발 도상 국가 사이에 해결되지 않은 돈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2009년,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개발 도상 국가들의 기후위기 적응을 위해 매년 1,0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기후위기가 상대적으로 기술 수준이 낮은 개발 도상 국가에게 더 큰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이미 많은 손실과 피해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지원에 대한 약속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블룸버그 뉴스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지원된 기후 기금은 최대 900억 달러에 불과합니다.
이번 COP에서 선진국들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1,000억 달러를 지원하고, 그 이후에는 지원 금액을 증액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렇게 마련된 기후 기금은 ‘이주(migration)’와 ‘적응(adaptation)’, 두 가지 부문으로 나뉘어 지원됩니다. 지금 당장 개발 도상 국가들이 필요로 하는 ‘손실과 피해’는 그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었죠. 즉, 앞으로 매년 지원되는 기후 기금 1,000억 달러는 기후위기 피해 보상에 사용되지 않는 것입니다.
메탄: 기후위기 대응의 Key Point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요인에는 이산화탄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1997년, COP3(제3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발효된 교토의정서는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 6개를 정의했는데요. 메탄은 그 중 하나로, 지구의 기온 0.5℃ 상승시켰습니다. 이는 지구온난화의 약 30%에 해당하는 수치이죠.
하지만 메탄은 대기 중 체류 기간이 약 10년으로 매우 짧은 편에 속해, 배출량을 대폭 감축하면 기후위기 대응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전 세계가 메탄에 주목하도록 만들었는데요. 이번 COP에서도 메탄은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바로, COP26에 참가국 중 100여개국이 서명한 ‘국제메탄서약(Global Methane Pledge)‘이 발표된 것입니다. 해당 서약은 2030년까지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의 30%를 감축할 것을 목표하고 있는데요. 메탄 배출국 상위 30개국 중 한국을 포함한 절반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습니다.
COP26에서 가장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킨 장면은 남태평양 중앙에 위치한 섬나라인 투발루의 외무장관이 허벅지까지 차오른 바닷가에서 수중 연설을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처한 투발루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이 같은 영상을 촬영한 것인데요. 외무장관인 사이먼 코페는 영상 속에서 “해수면이 상승하는 현실 속에서 말뿐인 약속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며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한편, 한국은 COP26에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발표했는데요. 영국의 기후위기 대응 기구인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은 이번에 발표된 세계 각국의 NDC를 두고 목표를 상향하지 않을 경우, 지구 기온이 2.4℃ 상승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목표인 1.5℃를 훨씬 웃도는 수치이죠.
COP26에서 발표된 ‘글래스고 기후 합의(Glasgow Climate Pact)’에는 전 세계가 NDC를 다시 점검해 내년 말까지 보다 강화된 목표를 다시 제출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27번째 COP은 이집트에서 개최되는데요. 이집트에서는 지금보다 진척된 논의를 펼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석탄과 기후 기금, 그리고 메탄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COP26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COP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합의문에 ‘석탄’이 언급된 것인데요. 비록 전 지구적 합의가 ‘석탄 퇴출’까지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 퇴출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필연적인 수순이기 때문에 머지 않아 보다 적극적인 합의안이 도출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석탄 퇴출에 따라 발생하는 에너지 공백은 어떻게 매꿔야 할까요? 태양광, 풍력 등으로 대표되는 재생에너지를 생산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이 확대되어야 하죠. 이러한 필요성에 발맞춰 전 세계 투자사들은 기업들에게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까지 많아졌죠.
솔라커넥트는 세계적인 환경정보 평가기관 CDP의 재생에너지 제공 인증(Accredited renewable energy provider)을 국내 최초로 획득하는 등 K-RE100을 선도하는 기업입니다. 전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RE100에 참여하고자 하는 기업 및 지자체 등에게 PPA 연계 금융 구조 설계와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RE100 이행과 관련한 문의사항은 02-6931-0901또는 re100@solarconnect.kr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솔라커넥트 Solar Analyst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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